연필을 모아보면
노란색 연필이 참 많다.
왜 노란색일까?
초창기 연필은 요즘 연필과는 달리
페인트칠을 하지 않고 천연 그대로의 나무 자루나
그 위에 니스칠만 한 정도의 연필이었다고 한다.
그리고 19세기 말에는 연필에 검은색, 붉은색, 고동색, 자주색 등
진한 색을 칠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어서
노란색 연필이 흔하지 않았다.
천연 그대로의 나무 연필이거나 진한색의 연필들(A.W. Faber’s Stationery Catalogue, 1897)
출처 : http://dirtypixel.tumblr.com/post/94625788913/aw-fabers-stationery-catalogue-1897-pages-from
최초로 노란색으로 연필을 칠했던 건
19세기 초 키스윅의 일부 연필업체들이
질이 나쁜 목재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서였고,
노란색 연필이 보편화된 계기는
L&C Hardtmuth의 Koh-I-noor 연필때문이었다.
1890년대 L&C Hardtmuth에서는 최고 품질의 고가 연필을 만들었고,
이 신제품 색상을 그 당시 오스트리아-헝가리의 국기 색깔로 결정했다.
오스트리아-헝가리 제국(합스부르크 제국) 국기
연필심이 검은색이므로 자루는 황금색으로 도색해야 했는데,
동양의 최상품 흑연으로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상징하기 위해서 노란색으로 결정했고,
연필의 품질과 가치를 상징할 수 있는
인상적인 상품명인 Koh-i-noor라는 이름을 붙였다.
Koh-i-noor 연필은 1893년에 미국 국제 박람회에 전시된 이후 큰 성공을 거두었다.
Koh-i-noor 연필 광고물
박람회 이후 수십년간 Koh-i-noor 연필을 생산하던 미국회사는
"역사상 최고의 연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"
"비싸더라도 품질이 탁월한 연필이 훨씬 경제적이다"라고 선전하면서
고객들을 설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고 한다.
품질이 우수하기는 했던 것 같다.
노란색으로 칠한 Koh-i-noor 연필의 성공과 함께 시베리아산 흑연은 연필 업계의 간판 재료로 부상했고,
다른 연필업체들은 자기들 제품도
"동양"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
최고 품질의 흑연을 사용했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다.
Mongol(몽골)이나 Mikado(미카도**1941년에 Mirado미라도로 명칭변경)처럼
동양적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.
19세기 말에 Koh-i-noor 연필처럼 품질이 좋다는 인상을 주려고 많은 연필 업체들이 자신들의 연필에도 노란색 페인트칠을 하기 시작했고,
그 이후로 꾸준히 노란색 연필이 생산되고 있다.
**연필에 노란색을 칠하게 된 유래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러 번 각색되었다고 하니
모두 믿지는 말자.
출처 : 헨리 페트로스키의 [연필]
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.